250717
연구실을 때려쳤다. 오늘 랩미팅을 결석했기 때문이다. 요즘 진로고민을 한다고 너무 해이해졌나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연구에 마음이 떠났다는 뜻인 것 같았다.
연구실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회운동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당직자도 가능하면 의사가 있다고 하니까 민주노동당이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울산엔 진보당이 있다고 얘기했다. 멍하니 나무위키를 검색해보는 나의 동료들. 정말 수고 많았고 꼭 학위 잘 따기를 바라요.
교수님께 갔더니 그럼 오늘 실험은 왜 진행한 거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결국 그 반응은 절반만 돌린 채 버렸다. 육안 상으로는 성공이었는데, 실제로 PL을 안 찍어봐서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짐을 가지러 온다고 말씀드리며, 후련한 마음으로 연구실을 떠났다.
오늘부로 세속적인 성공을 포기해버린 건가 싶긴 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까운 것도 맞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살았으니까. 아직도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자가 되기 위해 살고 있으니까.
근데 세속적인 성공이 뭔 대수인가 싶다. 운동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사람이 엄청나게 달라져서. 예전에는 못 죽어서 안달이었는데, 학생회를 할 때는 궐위되기 싫어서 살았고, 운동을 할 때는 목소리를 내고 싶으니까 살았다. 이제는 거의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지?
물론 운동하려면 배울 게 많고 몇 년 걸리는 것도 맞지만, 어차피 박사학위도 배울 게 많고 몇 년 걸린다!
원래 25살부터 이상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잘 방황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방황이라고 생각조차 않지만,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야겠다.
아무튼, 조만간 운동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 이 말 넣을지 말지 100번 정도 고민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