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탈을 청년정책으로 막을 수 있을까?

울산시 청년정책 중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있다.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취미생활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커플 매칭을 통한 결혼친화 분위기 조성, 저출산 해소’. 울산시가 주도하는 소개팅 사업이라니, 얼추 보면 우습게 보이지만 그 이면은 결코 웃기지만은 않다. 결국 울산시에서 청년들의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만큼 울산시의 청년이탈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청년 여성의 이탈이 심각하다. 20대 남성의 순유출률은 0.7%이고, 20대 여성은 그 2배인 1.3%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 유출의 대부분은 수도권으로 이루어졌다. 유출 사유는 울산의 도시경쟁력, 주거환경, 일자리 능력 등이 있을 것이나, 울산에 거주 중인 청년 여성인 내가 경험하는 제일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제조업 도시인 울산에서 여성의 제조업 종사비율은 36.3%로 낮은 편이고, 성별임금격차도 42.4%로 높은 편이다.

최근 2025 울산여성일자리박람회가 열렸다. 직접 둘러본 소감으로는 사무직, 생산직, 조리직, 간호직 등의 여성 위주 산업으로 부스를 채우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런데 그뿐이었다고 해야 할까. 옆에는 관광일자리페스타까지 같이 진행되어 행사의 규모가 커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여성 위주 산업 부스는 40개 남짓이었다. 게다가 박람회 이름에 여성이라고 박혀 있지만 남성도 자유롭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안내도 있었다. 이번 행사를 가서 나는 역설적으로 울산에 내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 한계가 명확한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울산에는 일자리가 정말 없고, 여성 위주의 일자리는 그보다도 더 없다. 제조업 위주의 도시인 울산에서는 여성 위주의 산업이 적다는 명백한 사실도 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이를 울산시도 알고 있는지, 각종 취업지원 사업들을 청년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격증 응시료 지원사업, 면접 정장 대여사업,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 등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취업지원 사업들이 정말 울산에 청년을 잡아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 많다. 근본적으로 청년들의 이탈은 취업지원 부족이 아닌 일자리 부족, 청년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 문제와 노동 문제는 깊이 얽혀 있다. 노동 문제 현안 해결 없이 청년 이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울산이 좋지만, 가끔씩은 울산이 나를 쫓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울산이 '결혼친화' 도시가 아닌, '청년친화' '노동친화' 도시로서의 방향성을 택하길 바란다.

참고자료: http://www.ulsan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427

https://www.ulsanpress.net/news/articleView.html?idxno=556327

https://www.yna.co.kr/view/AKR20230626112800530

청년 이탈 문제가 울산의 일만은 아니다: https://youtu.be/g4jY_o1JnoQ?si=vM4CDBwQ2vqJJcU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