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신문, 학술지 등의 간행물을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발행하려는 때, 또는 발간된 간행물을 배포하려는 때에는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내가 재학 중인 대학의 학칙 제94조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위배된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칙 제94조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항이자, 대학 본부의 권력을 학생자치 위에 군림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항은 그뿐만이 아니다. ‘학생활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내 생활단체가 교내 및 교외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를 경유한 학생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규정에서 쓰인 단어 변화도 흥미롭다. 2016년 전에는 “집회를 하려고 할 때”였으나, 이후 “집회를 하려면”으로 개정되어 문맥상 강제성을 더하기도 하였다.
또한 같은 규정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하 ‘집시법’을 위반한 시위의 경우 학생처장이 집회를 해산시킬 수 있다. 해당 집회가 집시법을 위반하는지 학생처장이 알 방법이 전무한데 말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의 해산 권한은 관할 경찰서장에게 있다. 학생처장이 경찰서장에게 법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위임받지는 않은 것이 분명하다.
재학 중인 대학의 학칙만이 학칙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교 학칙은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자치활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국가인권위는 학생의 각종 활동에 학교 측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고칠 것을 여러 대학에 권고한 바가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권고’ 이상의 조처를 할 수 없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해당 조항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상적 계엄령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가. 유신정권이 물러난 지 50년 이상이 지났는데 학칙에 남은 흔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수록 권력에 저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상에 지지 말아요>라는 민중가요에는 “법과 권력이라는 폭력에 무너지지 마”라는 가사가 나온다. 학칙이라는 폭력에 무너지지 말자. 집회·결사·언론·출판의 자유를 지키자. 교내에서도 얼마든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행동하자. 실제로 우리에게는 헌법이 명시한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