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지역 여성회에서 빌린 책이다. 내 명의로 빌린 게 아니기에 후딱 읽어버렸다. 총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간략한 책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책에서 '종북 세력' 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생각하니, 무조건적인 규제가 옳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의 자유는 본래 소수자들을 위한 것이기에, 그것을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게 책의 설명이었다. <말이 칼이 될 때>에서는 지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자체적으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내규를 만든다든지, 교육 등에서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식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선언을 하고, 교육에서 혐오표현 근절을 위해 힘쓰는 방향성은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책이기도 했는데, 책이 2018년에 쓰인 걸 보고 너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025년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정말로. 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 인권위 돌아가는 걸 보면 애초에 그러지 못할 것 같지만.)

혐오표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립할 수 있는 책이었다. 혐오표현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손에 들려주면 좋은 책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