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 후기

인생의 두 번째 퀴어문화축제인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신나게 잘 다녀왔다. 온갖 스티커들이 생겼는데 조만간 일기장에 붙일 예정이다.

연대발언이 제일 가슴 뛰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탄핵 광장과 대선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대선(6/3) 직후가 축제(6/7) 날이더라. 수어 통역 때문에 대선 전에 미리 스크립트를 보내야 했다. 1번이 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같은 걸 보낼 수 있었겠지만, 만일 2번이 된다면 차별금지법을 얘기할 정신이 아닐 것 같아서, 대선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그 경우였다면 인권 광장이 탄핵광장이 될 게 뻔했던 것 같다.

1분짜리 연대발언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내용이 담겼다. 고 변희수 하사의 현충원 안치와, 그 외의 잊힌 수많은 죽음들 이야기를 했다. 대전퀴어문화축제가 6월 7일로 예정된 이유 중 하나는, 그날이 현충일 다음날이기 때문이었다. 6월 6일에 현충원에 안치된 변희수 하사 추모식 또한 있어서 연대발언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들 탄핵광장과 위헌적 비상계엄 이야기를 하더라. 서울에서는 아트하우스 모모의 퀴어영화제 대관 거부 이야기를 했고. 그래도 준비한 발언이 다른 발언들과는 달라서 좋았던 것 같다.

연대발언 중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이나 동물권, 장애인 인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사실 퀴어퍼레이드에서 발언을 유심히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더해, 이번 축제에는 옵티칼 국회 청문회 개최 청원 몸자보를 붙이고 오신 분들도 있었다. 우리는 노동인권과도 연대할 수 있으니까. 인권운동은 결코 혼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인생의 두 번째 퀴어문화축제라고는 하지만, 퍼레이드 즉 행진에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알다시피 이미 광장 짬은 차 있었기 때문에 익숙하게 행진하고 왔다. 다른 분이랑 “여기에서는 빨갱이 소리 안 들어서 좋다” 같은 실없는 소리도 하고. 어떤 교회에서는 연대의 의미로 창문 밖으로 무지개 깃발을 걸어주셨다. 덕분에 행진도 어떠한 충돌이나 무리 없이 신나게 마치고 온 것 같다.

이번 축제는 혐오세력과의 충돌이 거의 없었는데, 행진할 때 보니 경찰이 엄청나게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옆에서 맞불집회도 했다고 들었는데 부스에만 있어서 몰랐다. 오늘만큼은 혐오세력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그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얼마 전 민주당이 발의한 정보통신망상의 차별금지조항이 많은 반대를 받았고, 민주당에서 ‘차별금지 목록에서 성적 지향을 빼고 재발의’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점을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일주일 후인 6월 14일은 서울퀴어퍼레이드이다. 그 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리겠지. 말 그대로 연대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