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와 퀴어, 함께 말해지지 못한 존재들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성적 소수자의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취재 가이드라인 중 하나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에도 동일한 내용이 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정신 질환과 연관짓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은 '동성애 전환치료', '트랜스젠더는 정신병' 등의 혐오적 맥락을 가진 표현을 막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정신 질환 약물 복용자가 퀴어축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신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성소수자들도 존재하며, 나도 그 중 하나이다. 나는 이 보도준칙에 반대하지는 않는데, 정신 질환과 퀴어가 혐오적인 맥락으로 엮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신 질환과 퀴어를 멀리 떼어놓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1980년대에 출간된 DSM(정신질환 진단 메뉴얼)에는 “동성애”를 포함하지 않은 첫 버전이다. 동시에 “성 정체감 장애”가 새로운 진단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결정에는 동성애를 건강과 결합시킴으로써 젠더 비규범성을 질병과 결합시키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동성애는 병이 아니다, 우리도 건강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은 많은 동성애자에게 이로울 수 있다. 실제로 동성애를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은 전환치료, 강제 입원, 사회적 배제 등 심각한 폭력과 학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말은 동성애자들에게 실질적인 해방감을 안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성애를 건강과 나란히 두는 프레임은 새로운 정상성을 만들어내었다. 트랜스젠더와의 간극을 벌림으로써 트랜스젠더를 새로이 병리화한 것이다. 우리가 보통 '동성애자'라고 말한다면 젠더 규범을 잘 따르는 모노가미를 떠올린다. 그 사이에서 젠더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가지는 사람,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사람, 인종적으로 차별을 받는 사람은 지워진다.

따라서 동성애가 DSM에서 삭제된 것은 분명히 진보적인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트랜스젠더의 젠더 비규범성을 새로이 병리화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젠더 디스포리아를 정신과 질환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하나의 특성으로 바라보자는 기조를 갖고 있다. 트랜스젠더를 다시 정신 질환으로부터 탈병리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타당하게 만들고, 젠더 디스포리아를 줄이기 위한 의료 체계와 약물 사용 접근성을 높인다.

다만 이는 '제정신이 아닌' 트랜스젠더가 배제되는 경험을 만든다. 나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젠더 디스포리아가 이인증이 아니라는 주장을 본 적 있다. 사람들은 우울증으로 인한 이인증과 젠더 디스포리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인증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필연적으로 본인의 젠더 디스포리아가 '실재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바운더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이미 정신 질환이나 그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호르몬 치료 등 성 정체성 지지 요법을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 법은 자폐를 가진 청소년의 성 정체성 지지 요법을 제한해왔다. 성 정체성 지지 요법을 받기 전에, (고리타분하게 자폐를 정신 질환으로 본다면,) 정신 질환은 일종의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탈병리화는 표면적으로는 좋은 일로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여전히 ‘정상성’이라는 기준이 작동하고 있다. ‘병적이지 않은’ 트랜스젠더만이 제도적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단순히 진단명에서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트랜스 경험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정신 질환과 퀴어를 멀리 떼어놓아 혐오발언의 여지를 없애는 전략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탈병리화되지 않은 다른 존재들을 배제한다.

나는 양극성 장애와 ADHD, 경계선 인격장애를 갖고 있다. 상담사는 나에게 경계선 인격장애 환자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많이 겪는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나의 정체성이 논바이너리 트랜스라는 사실을 병원이나 상담실, 그 아무데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제 논바이너리 트랜스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병리화된 상태에서 '트랜스성'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정신 질환과 성소수자, 둘을 완전히 멀리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지침은 어쩔 수 없이 둘을 떼어놓았더라도, 나는 모두가 둘의 교차성을 생각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매드와 퀴어, 둘에게 찍힌 사회적 낙인이 모두 없어지는 그 날을 바라본다.

참고한 글:

https://m.blog.naver.com/0_0ye0ng/223779574753

https://m.blog.naver.com/0_0ye0ng/223649874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