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비 온 뒤 맑음>

2017년, 타이완 사법원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법제가 헌법상 혼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년 내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며, 불이행 시 민법상 동성혼이 자동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발한 보수 세력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법 개정을 저지하고자 했으며, 자본과 미디어 자원을 활용해 여론을 주도했다. 그 결과 민법 개정은 무산되었으나,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기에 이른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믿지 않았습니다. 주로 대학교 내 민주주의를 볼 때 회의감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세습에 가까운 단일 선본이 출마해 선관위가 홍보를 뛰는 형태가 민주주의는 아니잖아요. 그러다가 비상계엄이 있고 나서 학생총회가 성공했을 때, 윤석열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았을 때 민주주의의 정상 작동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자라는 용어가 어색하지만, 어디 가서 물어보면 나는 민주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오늘 이 책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인권을 다수결에 부치는 것도 민주주의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정말 민주주의자로써 부끄러워질 것 같아요.

타이완의 보수 세력은 민법상의 동성혼 법제화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투표에 찬반을 부치게 됩니다. 사법원이 헌법상 평등권의 영역이라고 판단했는데도 말입니다.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다수결이라 해도, 그것이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정당성을 잃습니다. 소수 의견 존중의 원칙까지 갈 필요도 없고, 그냥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민주주의적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정했으니까요. 그리고 만일 존재의 찬반표결이 정당한 것처럼 국민투표에 부치게 되면 자본력이 많은 쪽이 이길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합니다.

존재를 표결에 부치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특별법으로라도 동성혼이 법제화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민주주의를 앞으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사실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투쟁해야겠죠.

우리 예수님 그렇게 꽉 막힌 분 아닙니다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어떤 친구가 본인은 디즈니가 싫다며, 동성애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거든요. 보수 세력은 미국이라면 뭐든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때부터 교회를 거의 나가지도 않았고, 종교를 믿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장마오전 목사가 “기독교가 믿는 건 성경만이 아닙니다. 예수도 믿죠.” 라고 말했을 때는 그 의미를 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성경을 왜곡 해석한 반동성애를 이데올로기로 삼아, 동성애를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예수가 좋아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인권의식이 괜찮은 목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응답하라

읽으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타이완의 민진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는 더 진보적인 것 같았거든요. 중도보수라고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은 기독교인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정치에 대해 무지한 편이라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고작 차금법에 정치권이 이렇게 반응한다면 갈 길은 멀고 험한 것 같습니다. 마땅한 권리조차 스스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세상에서 투쟁입니다 투쟁.

마무리

제가 책을 감상하는 기준이 유해서 매번 좋은 책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정말 최고로 좋은 책입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 타이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700번도 넘는 회의를 거친 활동가들의 이야기, 보수 정당에서 동성혼 법제화에 힘쓴 국회의원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