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호. 당신을 그리워하는 속삭임이 보내는 편지

안녕, 당신. 좋은 하루 되었나요? 나는 오늘 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어요. 아침에 느즈막이 일어나서 햇살이 쨍쨍한 거리를 걷다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놀았거든요. 혼자서 느긋하게 있는 시간이 오랜만이라 내가 이 시간을 정말 많이 그리워했구나 깨달았답니다.

사람이라는 게 항상 바쁘게만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저번에 말했죠? 정신과 약이 바뀌어서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요. 덕분에 조금 힘에 부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봐요. 어제부터 능동적인 행위는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그래도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후까지 느긋하게 보낸 덕분인지 지금은 좀 괜찮아요. 나름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막 누운 참이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편지를 쓰고 있는 제가 스스로도 조금 엉뚱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저는 이 편지를 써야만 했습니다. 당신이 그립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당신. 저는 지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기분 좋게 잠에 들어야 하는데 당신이 그리워 글을 쓰기 시작했을 정도로요.

당신은 부모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완전히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그 사실 때문에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요.

저희 부모님은 그다지 나쁜 부모님은 아니었습니다. 많이 공부하고, 많이 노력하셨어요. 부모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서 실수도 많았지만 충분히 사랑을 주셨고, 그 사실을 행동을 증명해오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왜 연락을 끊었는지 궁금하시겠지요.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저는 왜 그렇게 부모님이 미울까요. 틀림없이 남들이 들으면 좋은 부모님이라고 생각하실만한 부모님인데 왜 그렇게 밉고 속상하고 싫을까요. 사랑이 너무 깊었을까요? 아니면 더는 노력하기 싫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이유야 어쨌든, 저는 결국 부모님과의 연을 끊어버린 제가 싫어요. 그렇게 밖에는 살아내지 못 하는 제가 싫습니다. 당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못된 사람일까요? 이런 걸 묻는 것 자체가 당신에게 폐가 될까요.

모르겠네요.

2024년 04월 26일 저녁 10시 반, 자신을 사랑해보고 싶은 당신의 속삭임이.

언제나 당신의 행복하기를 비는 꿈 속의 속삭임이 보내는 편지. 행복한가요, 당신? 제 편지가 당신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