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호. 변덕스러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을 당신에게.
오랜만이에요, 당신. 벌써 한 계절이 지나버렸네요. 저는 그 사이에 긴 휴식을 취했습니다. 많이 지쳐있다는 걸 몰랐나봐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어떤가요? 내가 없는 사이 많은 일이 지나갔겠죠. 그 일들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제게도 많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요. 편지는 커녕 일기조차 쓰지 않았으니 돌아볼 기록도 존재하지 않네요. 그런 때도 있는 거겠죠.
요즘의 저는 어린 시절의 취미를 되찾았습니다. 커다란 사람 모양의 인형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눈을 맞추고 손을 붙잡고 있으면 잊고 있던 자신을 돌려주는 친구들이에요.
당신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나요? 생각해보면 꼭 인형이 아니라도 제게는 친구들이 모두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삶에 떠밀려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되찾아주고 다시 상냥함을 갖추게 해주는 존재요.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이제서야 겨우 여유를 찾은 당신의 속삭임.
언제나 당신의 행복하기를 비는 꿈 속의 속삭임이 보내는 편지.
행복한가요, 당신?
제 편지가 당신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