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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청년>을 대강 읽어보았다. 2016년에 쓰인 책이고, 다양한 청년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제의 현안을 분석하고 ‘청년법’을 제시한 책이다.

처음에 놀란 것이, ‘요즘 청년 힘들다’라는 인식이 당시에는 공고했다는 점이다. ‘이생망’ 같은 신조어가 청년의 좌절감을 상징하였다. 헬조선이라는 말도 흥하고, 미생 드라마가 유명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에서는 청년의 3대 문제가 주거, 노동, 지역 격차라는 지적 또한 등장했다. 적어도 청년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기류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한편 탄핵정국 이전의 청년에 대한 프레임을 되짚어보면 제일 먼저 MZ라는 말이 생각난다. 싹바가지 없는, 설렁설렁 하는, 의지 없고 예의 없는 신입사원의 모습. SNL에서 주현영 기자의 연기가 그 인식을 대표하는 것 같다. 탄핵 이후로부터는 ‘청년층의 극우화’가 심각하다는 쪽과 ‘2030 여성의 응원봉이 세상을 바꿨다’라는 쪽으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청년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해석은 없는 셈이다. 덧붙이면 ‘투표하지 않는 청년’이 어째서 투표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2016년에도 그러했지만 2025년에도 정치권이 청년들의 의제를 여실히 따라잡지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슬픈 일이지만 진보 진영의 주 의제가 점차 해결되지 않은 채 교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진보 청년들에게 반미를 해야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통일과 한민족 해방보다는 팔레스타인 독립이 주 의제가 된다(반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따라서, 진보정당이 머물러있지 않고 청년들이 가져오는 의제를 잘 분석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 그 의제를 지지하는지, 그 속에 숨은 문제는 무엇이었을지 등.

그 중 대표적으로, 왜 요즘 진보 청년들은 차별금지법을 지지할까? 단순히 퀴어 의제가 부상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년이 차별을 실감하였기에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모양은 이 책에 쓰인 ‘청년법’과 상당히 닮아있다. ‘청년은 나이, 성별, 성적 지향, 재산, 인종, 지역, 학력, 신체 조건 등에 의하여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다.’ 청년은 오랫동안 성별, 나이, 학력, 지역 등을 명분으로 한 사회에서의 차별을 실감하는 주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받는 자들에게 연대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더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대체하려는 명분으로 청년 현안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청년들을 바보로 아는 행동이다. 청년들이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지 분명히 알고, 이와 연관지어 여성 청년, 대학 밖 청년, 지역 청년, 퀴어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요구사항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생각들이 많이 들었을 텐데, 내가 아직 취직을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 크게 공감하지 못한 것도 있다. 역시 당사자가 되어봐야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읽으며 감상을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