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현 <마고>
처음에는 이 소설을 퀴어 소설으로 접했다. 그런데 등장인물만 퀴어한 것은 아니었다. 이 소설의 존재 자체가 퀴어하다고 해야 하나 싶다. 기반이 되는 배경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폭력적인 미군정 사회이다. 그 사이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여성들의 상호작용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역사 속 퀴어라고 한다면 모두들 외국의 퀴어 퍼레이드나 스톤월 항쟁 같은 걸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한국의 과거에도 퀴어들은 계속 존재해왔다. 그동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미군정 사회에서의 여성/퀴어 등장인물들은 분명히 차별을 받지만, 미래를 낙관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과거가 아닌가 싶다.
책에서는 에이섹슈얼,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스포일러) 등의 정체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정체성을 다양하게 다루었다는 것도 가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포일러)가 궁금하다면, 꼭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 다른 말이지만, 해방 직후를 배경으로 한 미군정과 여성 인권, 퀴어 인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꽤나 진보스러운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덕분에 읽으면서도 즐거웠던 것 같다. 이런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