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테레즈 라캥>

어쩌다 보니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책.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 없이 본문만 읽었다.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은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 내용을 담고 싶었던 걸까 생각했다. 심지어 초반 부분을 읽었을 때는 억압된 여성의 욕망과 그 분출과 관련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해서 따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자연주의 소설이 어떤 것이고 하니, 낭만주의에 반대되는 문학사조라고 한다. 환경이나 유전 같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문학을 뜻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애정 없는 결혼, 음침한 공간, 병약한 남편이 테레즈의 신경질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만든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테레즈와 로랑 사이의 관계는 사랑보다는 육체적 충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이 아닌 그들의 업보인 것이다.

문학사조나 고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러한 자연주의가 인간의 잔혹성을 묘사하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 같다. 그러나, 이런 소설들을 읽을 때는 세상이 생각보다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좋은 환경에서도 아픈 아이가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자연주의가 인간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일지 몰라도, 실제 인간은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