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아무튼, 데모>
작가 본인의 데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저주토끼>나 <너의 유토피아>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건너뛰고 <아무튼, 데모>부터 읽게 되었다. 아무튼, OO라는 시리즈의 한 작품인데, 정말 많은 주제들이 있다. 디지몬, SF게임, 서재, 망원동... 그 사이에서 홀로 빨간 표지로 데모. 라고 적혀있는 게 기억에 남았다. 데모. 읽어볼 수밖에 없는 주제.
정보라 작가님은 광장 경력자이시다. 세월호 때부터 광장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신 선배님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듣는 느낌이 들었다. 노동권, 장애인권, 성소수자 인권, 이태원과 세월호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광장에 나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책 초반에 성폭력 가해자 김기홍이 추모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던 점이 아쉽다. 아마 김기홍 사후에 공론화된 내용을 모르셨던 것 같다.)
책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문장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2017년에 탄핵이 인용되고 정권이 바뀌었을 때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세상이 조금 좋아질 줄 알았다. 노동자들이 고공농성도 하지 않고 일하다 죽지도 않을 줄 알았다. 나는 순진했다.” – <아무튼, 데모> 중
2025년은 어떨까. 왠지 데자뷰인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많은 것이 바뀌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상의 차별금지조항은 '성적 지향'을 차별 목록에서 제외하고 재발의 예정이라고 한다. 옵티컬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는 아직 땅을 밟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바꾸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책의 마무리를 따오려고 한다. 더 나은 세상이 올 때까지,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