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게임에서는 페인트 통 한 번만 클릭하면 아이템 색이 바뀌던데
내가 정말정말 사랑하는 가구 브랜드인 '페이퍼팝' 에서 수납장 주문을 했다. 원래는 책장 용도로 나온 거라, 수납장으로만 쓸 거라면 오히려 안정적이다.
페이퍼팝은 한창 종이모형 만들기에 빠져 있었을 당시에 알게되었던 브랜드이다. 자취러들에게 빛이 되어 줄 종이가구 브랜드인데, 가구들이 꽤 견고한 편이고, 소재들이 버리기 쉽고 환경에 크게 영향 안 미치는 그런 소재들이라 임시 거처에서 막 쓰다가 이사하면서 버리기 딱 좋다. 나도 그렇게 1년 살았고.
이번에는 대충 한두 달 쓰다 버릴 요량으로 산 게 아니라, 오래 계속해서 쓸 가구를 주문한 거라 페인트칠도 한번 해 보려고 한다.
페인팅할 가구는 Room 1의 벙커침대 안쪽 실장, 벙커침대 바깥쪽을 보고있는 책장 2개, Room 2의 종이책상 두 개, 그리고 빨래바구니로 쓰고 있는 서서책상 한 개.
이런 구성으로 네 개의 페인트를 주문했다. 이 페인트는 피크 페인트라고 해서, 가격은 좀 나가긴 하지만 정말 잘 발리고, 문 닫고 발라도 상관없고, 실수했을 때 뜯어내기 쉽고, 젯소칠이나 마무리 작업을 해 줄 필요가 없어서 초보자가 쓰기 괜찮은 페인트이다. 물론 이번엔 종이가구에 채색을 하는 것이기에, 실수해도 뜯어지진 않는다.
롤러랑 롤러대, 페인트를 부을 수 있는 플라스틱 트레이 네 개도 같이 주문했다. 피크 페인트를 이용한 페인팅이야 이미 대구에 있을 때 한 번 해 보았기 때문에, 자신있게 시작했다.
예전에는 가구에 보양작업 후 그냥 페인트를 발라버렸지만, 이번에는 조립 전의 파츠들에 채색을 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번거로웠다. 앞뒷면에 꼼꼼히 페인트를 두 번씩 칠해 주었다. 세 번이 아닌 이유는.. 뭐 종이기도 하고, 내가 힘들어서도 있고, 페인트의 양이 충분하지 않아서도 있었다.
일단 한 개 끝내고 조립을 해 본 사진. 맨 윗단은 사실 빼먹고 페인트칠을 못 한 부분인데, 위에다가 빔프로젝터 같은 걸 올릴 것 같기도 하고, 전부 하얀색인 것보다는 윗부분만 크라프트색인 게 더 예쁜 것 같아서 이 상태로 고정.
정말 오래 걸렸다. 오전 내내 책장 두 개를 페인팅하고 조립하는 데 썼다. 게임에서는 페인트 통 한 번만 클릭하면 아이템 색이 바뀌던데, 현실은 왜 이렇게 가혹한 걸까. 그래도 예쁘게 완성되어서 기분이 좋다. 피크 페인트엔 여러 가지 화이트 색상이 있는데, 그 중 파인 화이트를 골랐더니 방 안 다른 가구들의 화이트와 톤이 잘 맞는다. 실장 정리의 메인 아이템인 아이카사 수납박스도, 44 종이책장에 딱 들어간다. 칼각.
오후에는 나머지 책장들을 칠해볼 것이다. 시간과 페인트가 남는다면 책상도 다 뜯어내고 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