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오늘 처음으로 전자담배를 사봤다. 왜 사람들이 담배에 중독되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서 더 피우면 정말 흡연자로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두 번 피고 버렸다. 돈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냥 살지 뭐.
둘. 요즘에 토익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제의 음모 같다는 말을 하면서 공부하다 보니까, 정말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국주의가 꼭 영토적 지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의 면에도 적용된다고 알고 있는데, 언어적 면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셋. 시당 국장님이 이론은 천천히 하고 현실 감각부터 키워보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 하나도 안 듣고 서마학 보고 이런저런 책 들춰보는 중이다. 확실히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 것 같다.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역시 현실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요즘에는 이론을 공부하다가 정파에 좀 몰입해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셋-하나. 그치만 진보정치의 역사 공부가 중요한 것도 맞다. 한국의 역사든, 세계사든 말이다. 한국 역사는 앞으로 지역위원장님 괴롭힐 예정이고 세계사는 열심히 뒤져봐야지 뭐. 그런데 천천히 갈 거야!
넷. 어제 옵티칼에 다녀왔다. 백 몇 명이 옵티칼에 온 건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만 98명이 왔다고 하니. 돌아오는 길에는 연친분 차를 얻어탔는데, 민중가요를 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언제나 재밌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를 좋아해주셔서 기뻤다. ㅎㅎ
다섯. 요즘 윤하 노래를 자주 듣는다. 민중가요 중 취향인 걸 발견하는 것도 재밌다. 최근에는 조국과 청춘 노래가 끌리는 것 같다.
연구실을 때려쳤다. 오늘 랩미팅을 결석했기 때문이다. 요즘 진로고민을 한다고 너무 해이해졌나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연구에 마음이 떠났다는 뜻인 것 같았다.
연구실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회운동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당직자도 가능하면 의사가 있다고 하니까 민주노동당이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울산엔 진보당이 있다고 얘기했다. 멍하니 나무위키를 검색해보는 나의 동료들. 정말 수고 많았고 꼭 학위 잘 따기를 바라요.
교수님께 갔더니 그럼 오늘 실험은 왜 진행한 거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결국 그 반응은 절반만 돌린 채 버렸다. 육안 상으로는 성공이었는데, 실제로 PL을 안 찍어봐서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짐을 가지러 온다고 말씀드리며, 후련한 마음으로 연구실을 떠났다.
오늘부로 세속적인 성공을 포기해버린 건가 싶긴 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까운 것도 맞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살았으니까. 아직도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자가 되기 위해 살고 있으니까.
근데 세속적인 성공이 뭔 대수인가 싶다. 운동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사람이 엄청나게 달라져서. 예전에는 못 죽어서 안달이었는데, 학생회를 할 때는 궐위되기 싫어서 살았고, 운동을 할 때는 목소리를 내고 싶으니까 살았다. 이제는 거의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지?
물론 운동하려면 배울 게 많고 몇 년 걸리는 것도 맞지만, 어차피 박사학위도 배울 게 많고 몇 년 걸린다!
원래 25살부터 이상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잘 방황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방황이라고 생각조차 않지만,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야겠다.
아무튼, 조만간 운동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 이 말 넣을지 말지 100번 정도 고민했음)
방학하고 나서 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 지지난주에는 서면시장에 다녀왔고, 지난 토요일 북토크, 일요일 옵티칼, 월요일 고강알루미늄 투쟁현장에 방문했다. 어제는 트럼프 관세전쟁 관련 서명을 받고 다녔는데 윤어게인을 목격하는 불미스러운 사고도 있었다. 제발 고 투 아메리카다.
요즘 고민했던 건 역시 진로이다. 약간 사회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어서 사회학 전공 교수님께 여쭈어봤는데, 사회학과 활동과 정치는 모두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각에는 셋 다 세상을 바꾸기 어려운 길인 것 같다. 일단 자대 대학원에 간 다음에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실도 다니고 학회도 다녀오고 조금 바쁘게 살고 있는데, 와중에 책은 얼마 읽지 못한 것 같다. 책은 안 읽히는 기간이 있으면 엄청 긴 시간 동안 안 읽히더라. 굳이 시간 내지는 않고, 읽고 싶을 때 여러 가지 읽어보려고 한다. 친구들이랑 읽기로 한 책도 있으니까 그것부터 우선적으로 읽어야지.
민중가요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고작 어제 저예산 운동권 영화를 보았고, 오늘 동서석유화학 투쟁에 다녀왔을 뿐이다.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노조가 처한 현실은 2025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안전사고를 덮는가 하면, 최저임금으로 비정규직을 부려먹는 일도 있었다. 교섭이라면서 노동자들에게 처음보다 더 불리한 안을 가져갔다고도 한다. 경찰과의 충돌만 없었지, 정말이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이틀 동안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연대의 가치다. 책에서만 봐왔던 정파의 문제, 그런 것들이 하등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누구나 연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 단위라도 참가자 이름이 더 불리는 것,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 연대자로서 더 앉아 있는 것. 그렇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한 명의 목소리라도 더 실리게 하고 싶다. 그래서 민중가요를 듣기 시작했다. 다음 집회에서는 말 그대로 목소리를 내어 투쟁하고 싶다.
설 연휴 때는 기숙사에 계속 있다가, 가족 여행 때문에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을 못해서 5권씩이나 들고 왔는데 이중 한 권은 제대로 읽을 수 있나 싶다. 1월에 목표했던 것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해서 아쉬웠다. 2월달엔 꼭 책을 많이 읽어야지.
Quantum Optics 관련해서 책을 찾아보았는데 첫 페이지 펼치자마자 나오는 아득한 수학 공식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덮었다. 정말 이 분야를 하려면 물리학을 부전공해야하는 걸까. 물리학 부전공 상관은 없지만 내가 4학년이라 5학년을 하지 않고도 부전공이 가능할지가 문제이다. 혹은 그냥 청강해도 상관은 없긴 하다.
교수님께서 '얼마나 깊게 팔지' 정하고 나서 양자광학 수강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셨는데, 사실상 연구분야가 너무 연관성이 깊어서 들어야 할 것 같다... ㅎㅎ 우리학교 수업보다는 Coursera에서 들어야겠다. 다 까먹은 미적분이나 아직 수강하지 않은 선형대수학부터 들어야하나 약간 아찔해지기는 하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아, 인문학부 프로젝트도 지원하기로 했다. 재난+AI+장애 혹은 소수자라는 주제에 관심이 갔지만 앞으로의 진로에 도움은 되지 않을 예정이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석박통합으로 입학하게 되면 아예 인문학부에서 일할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서 마감기간이 2월 7일까지이니 지원서 잘 써보면 될 것 같다. 방금 투두에 적고 왔다!
요즘 AI들에게 논문 요약을 시켜보고 있는데, Claude가 제일 잘하는 것 같고 그 이외에는 거의 다 고만고만한 것 같다. 그래도 ChatGPT를 결제했으니 챗지피티를 보통 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거 팀 계정으로 질러서 모두 같이 공유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러면 개인적인 목적으로 챗지피티를 쓸 수 없는걸~! 아무튼 29000원 행복하긴 하지만, 딥씨크 영향으로 조금은 가격이 싸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길게길게 적어보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쯤에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