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영희씨
두락님이 일년은 더 전에 빌려준 것 같다. 날이 추울 때 빌렸는지 더울 때 빌렸는지조차 생각이 안 난다. 이걸 이제사 읽었다.
좋은 책이어서 짧게나마 감상을 남겨두기로 한다.
왜 사람들은 우주를 항해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꿈꿀까?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옆집의 영희씨> 2부 카두케우스 이야기가 매력적인 건 분명하다. 따뜻하고,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다.
켄 리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신체에서 벗어나는 단편이 있었다. (도약) 내 취향은 켄 리우의 방식이지만 이것도 무척 인상적이고 좋았다.
뻔한 소재를 찌르르하게 쓴 책이다. 정소연이라는 이름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단 책을 살 예정이니까.
레즈비언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이건 한동안 유행한 퀴어 문학 열풍 때문일까 정소연 작가의 마음이 이끈 결과일까? 작가가 레즈비언일 거란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유행에 올라탄 것인지 이유가 있는지가 궁금한 거다.
작가의 말이 좋았다. 위로하기 위해서 책을 쓴다는 말이 특히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들이 따뜻하구나 싶었다. 아주 작은 이야기들을 아주 느리게 쓰는 작가라는 말도 좋았다. 내가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그 말에 위로를 받았다.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책을 가질 수 있게 되겠지.
나는 한국 SF 문단에 불만이 많은 사람인데 역시 그래도 풀이 있으면 좋은 작가가 따라오는가보다. 조금 부럽기도 하고, 나도 써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 판타지와 SF는 이웃사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