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바디 포지티브’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뚱뚱해도 괜찮아”, “네 몸을 사랑해야 해” 같은 문장들이 떠돌아다녔죠. 그것이 바디 포지티브의 일차원적 해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몸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했어요.
사실 저도 제 몸을 사랑하지 못합니다. 옷이 얇아지는 여름이 되면 더 그런 것 같아요. 작년에 샀던 바인더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퀴어 쇼핑몰에서 새로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저에게 “네 몸을 사랑해야 해”라고 말한다면 저는 아마 나쁜 말을 하겠죠. “너는 내 고민이 우습게 보이니?” 같은 말이요.
인터넷에서는 바디 포지티브가 자기 몸을 긍정하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 그 개념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몸이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나더라도,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기긍정’이 꼭 자신의 무언가를 좋아하라는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두어도 된다, 혹은 나에게 걸맞게 바꾸어도 된다는 말이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는 그것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제 몸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조금 특이한 몸을 가진 사람일 뿐이죠. 그리고 트랜지션은 지금도 이미 나인 몸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제 몸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세상이 온다면, 트랜스젠더들도 한층 살기 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5.04.25
// 끄적끄적 by 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