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 소설을 퀴어 소설으로 접했다. 그런데 등장인물만 퀴어한 것은 아니었다. 이 소설의 존재 자체가 퀴어하다고 해야 하나 싶다. 기반이 되는 배경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폭력적인 미군정 사회이다. 그 사이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여성들의 상호작용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역사 속 퀴어라고 한다면 모두들 외국의 퀴어 퍼레이드나 스톤월 항쟁 같은 걸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한국의 과거에도 퀴어들은 계속 존재해왔다. 그동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미군정 사회에서의 여성/퀴어 등장인물들은 분명히 차별을 받지만, 미래를 낙관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과거가 아닌가 싶다.
책에서는 에이섹슈얼,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스포일러) 등의 정체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정체성을 다양하게 다루었다는 것도 가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포일러)가 궁금하다면, 꼭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 다른 말이지만, 해방 직후를 배경으로 한 미군정과 여성 인권, 퀴어 인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꽤나 진보스러운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덕분에 읽으면서도 즐거웠던 것 같다. 이런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
겨울학기 문학팀에서 분명 <소년이 온다>를 읽었던 것 같은데, 나는 멘탈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었나. 아무튼 한강 작가님 책은 감정을 세게 건드리는 면이 있어서 미뤄두었었다. 사실 괜히 '유행 따라가는 사람' 될까 봐 조금 미뤄둔 것도 있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요새 자꾸 동아리방에 사둔 <소년이 온다> 두 권이 눈에 밟혔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조만간 5.18 기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정말 미룰 수 없었다. 그냥 부딪혀보자 하는 생각에 일단은 책을 펼쳐보았다.
제일 먼저 든 감상은 12월 3일의 비상계엄이 실패해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너무나 부끄러웠는데, 5.18 당시의 열사분들을 보고 '나는 저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타자화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자세로 역사를 마주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매일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화 기반 문학이라는 것은 논란에 빠지기 쉬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는 참상의 현장을 강하게 묘사했음에도 그 수위와 관련된 논란은 일절 없었다. 그 뜻은 실제 현장이 이것보다 훨씬 참혹했을 거라는 말 아닐까. 결국 우리는 책 한 권으로 그때의 참상을 완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완전히 알 수 없어도 기억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책에 묘사된 것 이외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그때의 정신을 깊이 새겨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따져보면 나도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이 책을 펼쳐본 것이다. 유행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이 책을 모두가 한 번씩은 펼쳐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