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어린 용

성인ADHD일기

요즘 줄곧 상태가 안 좋았다. 스트레스 조금 받았다고 기억력이 확 떨어져서(원래 그럼)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같이 해야되는 거 빼먹고 난리도 아니었다. 근데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중고등학생 때 증상이어서 병원 가서 그냥 콘서타 증량해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했더니 늘려주셨다.

현재 콘서타 용량은 36.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겠다 싶었다.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했는데(겨우 근무만 하고 나머지는...) 오늘도 그렇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어제 콘서타 증량해왔으니 좀 나으려나 싶어서 먹었고 다시 쓰러졌는데 누워서 잠깐 지나니까 미룬 일(대표적으로 샤워)을 해낼 수 있을 거 같더라. 그래도 졸려서 자고 일어나긴 했지만.

그리고 기상해서 지금. 굉장히 상쾌하게 이것저것 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게 ADHD증상인가 싶어서 다른 약 다 빼고 콘서타만 먹어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 #성인ADHD일기

단편소설집 옆집의 영희씨 표지

친구가 작년쯤인가 빌려준 책이다. 이걸 받아온 게 겨울이었던 거 같은디 거의 일년이 되어가나...

아직 감상을 쓰기엔 이르지만 앞의 두 편을 읽은 느낌은 아주 괜찮아서 일단 시작일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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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다. 자꾸 표현을 창의적으로 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정말 내가 표현을 창의적으로 한 건지 IT업계의 은어들을 다 알아두라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 build 중을 building이라고 하면 어색하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알아?

덕분에 한달 가까이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 단순한 건망증보다는 ADHD 증상에 가까워보여서 의사에게 말해보려고 한다. 콘서타 늘려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업무에도 이상이 와서 좀 절실한 상태긴 한 듯. 돌아서면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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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가 너무너무 싫다. 그래도 조금씩 하긴 해야지. 벌써부터 권장 진도율보다 밀린 거 보니 끔찍하다. 이번엔 진짜 반 이상 듣고 가고 싶어... 대충 듣더라도 최대한 땡겨 들어야지.

그치만 회사에서 스트레스 심하게 받으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긴 하다. 퇴근하면 일단 정신이 쉬어줘야해서.


#바람의기억 #일기 #성인ADHD일기

처음 ADHD를 의심한 건, 아마도 작년 겨울? 쯤이었던 거 같다. 올해 초일 수도 있고.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 나지만 어쨌든 굉장히 우울증이 심하던 때였다. 죽으려고 목에다 날카로운 가위를 들이대고 한참 숨을 골랐던 기억이 있다. 살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기는 없지만, 그 때처럼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던 적도 없었다.

뭐가 계기였는진 모르겠으나 정확히 ADHD를 처음 의심한 건 정확히 그 시기였다. 내 우울의 근원이 여기라는, 확신할 순 없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우울이 워낙 심한 시기여서 진단은 받을 수 없었다. 응급상황이라고 입원하란 권유까지 받았으니까.

기존 병원에서는 검사를 거부하고, 새롭게 예약을 하려니 몇 달을 기다려야하는 상황. 당장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던 나는 조바심에 의사의 조언을 잘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적인 고생이 심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우울증은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사를 하고, 이사하면서 병원을 옮겼는데 의사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걸 듣더니 단호하게 '어렸을 때 공부 잘했으면 ADHD 아니에요.'라고 말했더랬다. 그래서 이렇게 나아졌는데도 아니라고 하는 거 보니 정말 아닌가보다, 하고 마음을 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4년 초. 지인이 ADHD 약을 먹다가 사정이 생겨서 약이 줄어들었고, 그걸 회복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듣게 됐다. 근데 중간에 상태 안 좋을 때 상황이 나랑 너무 비슷한 거야? 배가 충분히 부른데도 계속 뭔가 먹는다거나... 이것만은 아닌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이 일 덕분에 다시 의심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한참 SNS에서 이걸 떠들었다.(4월)

ADHD에 관련해서 여러 사람이 여러 답을 주었고, 그걸 다 듣고 나서도 역시 나는 ADHD가 맞는 거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병원 3군데다 검진 예약을 잡았다. 왜냐면 하나는 5월, 하나는 6월, 하나는 10월이었거든... 조금이라도 빨리 받고 싶어서 여기저기 연락했다.

그러다가 4월 12일. 병원 예약을 잡아둔 상태라 가서 이야기를 했다. (약 조절을 하는 중이라 2주 간격이었다.) 처음에는 약간 비웃는 듯이 반응하던 의사가(기분 좀 나빴는데 그냥 이 사람 특성인 것 같다.) 내가 다른 병원에 예약을 잡아놨다고 하니까 반응이 바뀌더라. 여기서도 할 수 있고 당장도 할 수 있대서 그럼 바로 받겠다고 하고 곧장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그대로 확진 ^^)... 약의 도움을 받아보겠냐고 질문하길래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콘서타를 받아왔다. 그리고 오늘이다. 여러모로 받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보다 앉아서 많이 꼼지락거린다는 사실도 알 게 됐고, 집중하려고 하면 주변의 이야기가 흘러나가는 느낌도 오랜만에 돌아왔고(어릴 때는 아예 안 들리기도 했다.). 식욕도 아주 약간은 줄었다가 돌아왔다. 부작용이긴 하지만 나한텐 필요한 부작용.

연합우주에 콘서타 먹고 느끼는 변화를 적고 있다. *링크 무엇보다 퍼포먼스가 확연히 증가해서 집안일도 조금씩 해치우고 있고, 공부도 된다. 행복해. 단지 문제라면 사람 만나서 하는 행동이 너무 주책없어졌다는 건데... 미래의 내가 해결하길 바란다. 힘내, 나.

부작용도 적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다음에 가면 좀 늘려달라고 부탁해볼 예정이다.

#성인ADHD일기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