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수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와인을 좋아하는 사회주의자의 유쾌한 에세이이다. 세상의 이데올로기와 불화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아프고 답답한 글을 써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전에 정당에서 <자본론> 강의를 들은 적 있었는데 그때 구매한 책이라서 자본론 내용이 많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사람 사는 이야기였고,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충격받았던 건 2015년에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고 함께 토론했다는 이유로 학생 운동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책은 유명한 고전 경제저서를 리뷰한 권장도서인데도. 나도 사실 이번 사회과학 소모임에서 마르크스주의 공부를 해볼까 생각중이었어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국가보안법이 이렇게나 시대착오적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했다. 제발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보통 좌파로 산다고 하면 친구들이 노동자가 어떻고 자본가가 어떻고 하는 질문을 하는데, 초보라서 헷갈릴 때마다 멍하니 있고는 한다. 이 책을 읽고 확고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 좋았던 거 2. 특정 분파의 욕이 없어서… 그러니까 사회주의자 사이에서도 많은 종류가 있고 늘 서로 싸우기 마련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싸움의 가능성을 조금 없애고 낸 것 같아서 좋았다. 누구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좋아요.